아버지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 라는 드라마가 흥행하고 그 이후에 나온 소설이라 출판사에서 지어준 제목..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되긴 했다
빨치산 아버지의 딸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며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근데 난 이 책이 더럽게 재미가 없었다
독서모임에 가서도 그렇게 소감을 말했다
물론 추천한 사람을 생각해서 ‘더럽게’는 생략했지만..
내가 그렇게나 재미를 못느꼈던것은
내가 너무나 공감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글이 진행되어서다
어차피 주관적인 삶인데 뭘 그리 이성적으로 서술하려 하는지
감정가 없는 등장인물의 설명문 같은 구절구절들이 너무 지루했다
독서모임 책이 아니었으면 끝까지 안읽고 집어던졌을 거다
그래도 빨려들듯 읽었다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이렇게 몸서리치게, 그렇게나 못봐주겠는 건
도대체 내안에 있는 무엇때문일까
다 읽고나니 알겠다
책의 처음부터 아버지를 매도하는 듯이 느껴지는 부분이 힘들었던거 같다 아버지를 막 그렇게 돌려까기 하는게 싫었다
그냥 솔직하게 날 힘들게 한 아빠는 정말 미웠어 하면 좋겠는데
뭐 굉장히 객관적이고 확실한 사실이라는 듯
매 에피소드를 근거삼아 비아냥거리는게 싫었다
삐죽삐죽 깔려있는 분노와 비난이 느껴졌고
덕분에 글에 심어둔 웃음장치들도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그러다 230페이지 이후
작가의 또는 주인공의 심정이
솔직히 드러났을때부터는 정말 책이 술술 읽혔다
‘그래, 역시 나로서는
짐을 지게 만든 상대에 대한 핀잔 보다는
짊어지게 된 짐의 무게를 토로하는 쪽이
그 무게를 인정해주기 더 좋아’
그러고보면
앞쪽 230페이지는 인물이 자기 허물을 토해내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이란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긴하지
내 모습도 다르지 않잖아?
나는 마침내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ㅋ
* 이 책에 뭐가 그렇게 싫었나하는 질문을 받아서
그에 대한 대답도 올려봅니다 ㅋ
방어적인 서술태도가 싫었던거 같아요
내가 맞고 너는 틀렸어 하는 확신의 태도요
물론 그게 이 소설의 장치라면 장치입니다
마지막에 그저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딸의 모습이
반전이라면 반전인 셈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통렬한 자기반성이라고 표현했거든요
”나의 비극은 내 부모가 빨치산이라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내 비극의 출발이었다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 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이 부분에서도 확신의 태도가 느껴지는데…
작가님한테 말하고 싶어요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갈 수 있고 그 바램 자체는 매우 유익하다고
다만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야만 한다고 성장해야만 한다고
워너비가 아니라 머스트비가 되었기에 자신을 비극으로 몰아간 것일 수 있다고
그러니 자신의 욕망과 바램 그 자체는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 물론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애써볼 만 한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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